제1권: 물리학의 세계 — Chapter 2: 물리학의 방법
1. 문제를 정의하고 모델을 세우기
1-3. 차원 분석 — 단위만으로도 답을 추측할 수 있다
"물리학에서 가장 쉽고, 가장 빠르고, 가장 자주 무시되는 검증 방법이 있다. 바로 단위를 확인하는 것이다."
원자폭탄의 위력을 사진만으로 알아낸 물리학자
1945년, 미국은 세계 최초의 핵폭발 실험(트리니티 실험)을 실시했다. 폭발의 위력 — 즉, 방출된 에너지의 양 — 은 최고 기밀이었다. 아무도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.
그런데 영국의 물리학자 **제프리 테일러(G. I. Taylor)**는 공개된 폭발 사진 몇 장만으로 폭발 에너지를 계산해냈다. 미국 정부가 기밀 해제를 했을 때, 테일러의 추정치는 실제 값과 놀라울 정도로 가까웠다.
그가 사용한 방법은? 복잡한 핵물리학 이론이 아니었다. 바로 **차원 분석(dimensional analysis)**이었다!
테일러는 이렇게 생각했다. "폭발로 생기는 충격파의 반지름은 무엇에 의존할까? 아마도 폭발 에너지, 공기의 밀도, 그리고 폭발 후 경과 시간에 의존할 것이다." 이 세 양의 단위를 조합해서 "길이(반지름)"의 단위가 되도록 맞추자, 공식이 거의 자동으로 나왔다. 사진에서 충격파의 반지름과 시간을 읽어 넣으니, 에너지가 계산되었다.
단위를 맞추는 것만으로 핵폭탄의 에너지를 알아낸 것이다. 이것이 차원 분석의 힘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