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6권 · Chapter 1 · 1절
1-1. 흑체복사 문제 —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가설
양자역학이 시작된 곳: "빛나는 쇳덩이"의 수수께끼
대장장이가 쇠를 달구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. 처음에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, 온도가 올라가면 쇠가 붉은빛을 띠기 시작한다. 더 가열하면 주황, 노랑으로 변하고, 마침내 눈부시게 하얀 빛을 낸다. 용광로 속 쇳물이 내뿜는 백색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.
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. 어떤 물질이든 — 쇠든, 돌이든, 세라믹이든 — 같은 온도로 가열하면 거의 똑같은 색의 빛을 낸다. 물질의 종류와 상관없이 오직 온도만이 빛의 색을 결정한다. 왜 그럴까?
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답하려고 시도한 19세기 말의 물리학자들은 충격적인 벽에 부딪혔다. 그때까지 완벽하다고 믿었던 물리학 — 뉴턴의 역학, 맥스웰의 전자기학, 볼츠만의 열역학 — 을 총동원해도 이 빛의 스펙트럼을 올바르게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. 계산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,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빛으로 변환되어 세상이 순식간에 타버려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이 나왔다. 당연히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. 물리학이 틀린 것일까?
이 위기를 해결한 사람이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(Max Planck)다.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은 물리학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. 에너지는 물처럼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, 아주 작은 '덩어리'로만 주고받을 수 있다 — 이것이 양자(quantum)의 탄생이었다.
이 절에서 우리는 양자역학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첫 장을 연다. 물리학의 가장 성공적인 이론이 어떻게 좌절했는지, 그리고 한 사람의 절박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20세기 최대의 혁명을 일으켰는지를 함께 따라가 보자.
핵심 질문: "달궈진 물체가 내는 빛의 색은 왜 온도만으로 결정되며, 고전물리학은 왜 이것을 설명하지 못했는가?"