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-3. 그래핀 — 꿈의 2차원 물질
연필심에서 노벨상이 나왔다
연필로 종이 위에 글씨를 쓸 때, 무엇이 일어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? 연필심은 흑연(graphite)으로 만들어져 있다. 흑연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얇은 층이 수천 겹 쌓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. 연필로 글씨를 쓰면, 이 얇은 층들이 한 겹 한 겹 벗겨져서 종이 위에 남는 것이다. 우리가 쓰는 연필 자국은 사실 탄소 원자의 얇은 막이다.
그렇다면, 만약 이 층을 딱 한 겹만 떼어낼 수 있다면?
2004년,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안드레 가임(Andre Geim)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(Konstantin Novoselov)가 정확히 그 일을 해냈다.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. 스카치테이프를 흑연 조각에 붙였다 떼기를 반복한 것이다. 테이프에 묻은 흑연을 다시 테이프로 접었다 펴기를 여러 번 하면, 점점 더 얇은 흑연 조각이 만들어진다. 마침내 원자 한 층 두께의 탄소 막이 테이프 위에 남았다.
이것이 그래핀(영문: graphene)이다. 두께가 원자 하나 — 약 0.34 나노미터, 즉 머리카락 두께의 30만 분의 1 — 인 진정한 2차원 물질.

가임과 노보셀로프는 이 단순한 실험으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. 스카치테이프 하나로 노벨상이라니! 하지만 그래핀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이유는, 이 물질이 보여주는 물리적 성질이 문자 그대로 "꿈"과 같기 때문이다.
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도 고무처럼 유연하고, 구리보다 전기를 잘 통하며, 다이아몬드보다 열을 잘 전달한다. 그러면서도 거의 투명하다.
도대체 탄소 원자 한 층이 어떻게 이런 놀라운 성질을 가질 수 있는 걸까? 그 답은, 이 물질 안에서 전자가 움직이는 방식이 다른 어떤 물질과도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.